일본 미식축구를 배우자 
우리 미식축구 인에게 일본 미식축구는 예전에도 지금도 선망의 대상이다. 그리고 일본을 극복해야 우리도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높은 장벽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그 장벽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1992년에도 그랬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실력을 너무 몰랐다. 물론 이 후에도 이러한 실수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황당 하기까지 하다.
1992년에 한국 대학 선발은 일본 관동의 1부 리그 팀인 도까이대(東海大)로 원정 경기를 떠났다. 어떤 일이 있었나?


한국 선발 팀의 공격/사진 정대영 동의대 OB제공 일본 고마자와 구장 1992년 5월5일

풍비박산 한국선발 0 - 62 일본 도까이대
1992년 5월 5일 일본 도꾜 고마자와 육상 경기장. 한국 선발은 초반부터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공격은 뒤로 가기가 바빴다. 수비는 제 1쿼터에만 21점을 허용하였고 2쿼터에도 14점 그리고 후반에도 27점을 주면서 0-62로 경기를 마쳤다. 도까이대는 총 전진거리가 379야드(패스:173야드/러시:206야드)인 반면 한국 선발은 24야드(패스 27야드/러시 -3야드)로 러시는 -3 야드였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필자의 지인들도 TV중계를 보다가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 했다.  


1992년판 풋볼 뉴스 소식
 

감독: 한국선발 신영일(성균관 감독) 나가자와(도까이대)

경기기록
총전진거리 도까이대 379야드(패스:173야드/러시:206야드)
총전진거리 한국선발 24야드(패스:27야드/러시:-3야드)
평균 전진 거리 도까이대 6.31야드/다운
평균 전진 거리 한국선발 0.8 야드/다운

도까이대와 합동 훈련 후 리셉션에서 한국팀 신영일감독의 인사/사진 정대영 동의대 OB제공   

준비 부족과 일본의 실력을 몰랐다.
3년 전인 1989년 관서협회 1부 리그 팀인 교또산업대(京道 産業)와 한국 대학 선발과 경기에는 스코어는 21-48 이었다. 그리고 2년 전인 1990년 부산선발이 일본 관서 지역에 원정을 갔을 때는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거의 대등하였다. 아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으로 알았던 것 같았다. 커다란 착각이었다.

(1) 준비 부족
앞의 두 번 경기는 그래도 나름 대로 많은 준비를 하였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본래 서울 협회 단독으로 서울선발이 가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대회는 5월 5일이었다. 그런데 3월이 되어도 서울협회는 선수 선발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보다 못해 부산에 거주하던 강성봉 중앙회 회장이 서울로 직접 가서 독촉을 하여 겨우 선수를 뽑았다. 그러나 경기를 할 만 한 수준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부산의 선수들을 불러 올렸다. 그리고 4월에 고려대 구장에서 대충 약 일주일 연습 후에 원정에 오른 것이다. 결국은 서울 선발이 한국 선발이 된 것이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팔을 안쪽으로 굽혀 숄더와 같이 불락을 했다. 


변경된 규칙은 팔을 뻗어 불락이 가능했다. 

(2) 규칙의 변경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락의 방법은 팔을 안으로 구부려 몸에 밀착을 하여 불락을 하는 숄더 불락 이었지만 룰의 변경으로 손을 뻗어 불락을 하는 핸드 불락이 가능하여졌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숄더불락으로 연습하고 이 방법으로 경기를 하였다. 일본도 처음에는 숄더불락과 핸드 불락을 겸하여 사용하다가 92년 도까이대와의 경기에서는 일본 선수들은 완전하게 핸드 불락을 습득하여 우리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다. 아예 우리의 공격라인은 도까이대 수비라인에 철저하게 콘트롤 당하여 불락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경기 후에 선수들은 이 것이 대패의 주 요인이라고 불평을 하였다. 물론 지도자의 잘못이었다.  


왼쪽의 아베(릿교대) 오른쪽의 나가자와(도까이대) 감독이 불락킹 및 핸드 사용 기술을 보여 주고 있다. 


일본 협회 초청 미식축구 클리닉
도까이대에 참패 후에 한국은 자성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년 전 오사까에서 좀 비슷하게 경기를 했다고 "우리나 일본이나 뭐가 다른데?" 하던 소리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 미식축구를 배우자" 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자가 6월 초에 일본 도꾜로 출장을 가는 도중에 일본 협회를 방문하여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일본 협회는 사사다 심판위원장을 단장으로 바로 다음 달인 7월에 코치들을 보내주었다. 이때 내한했던 클리닉 강사들은 다음과 같다.

미식축구 클릭닉: 도까이대 나가자와 감독, 아베 릿교(入敎)대 감독,
미식축구 심판 클리닉: 사사다 심판 협회장 오까모도 일본 리그 심판
일본 협회: 히고 사무국장


클리닉을 마친 후에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 1992년 7월 12일 잠실 실내 체육관 
 
이 기간 중에 진행된 클리닉의 주 내용은
(1) 클리닉 기간; 1992년 7월 10일-12일/장소 잠실 실내 체육관 및 올림픽 파크텔
(2) 심판 관련 강습: 러핑더패서, 킥커의 판정 기준 그리고 핸드 불락을 할 때 홀딩 판정의 기준 등에 대하여 진행하였다.
(3) 풋볼 강습: 나가자와 감독은 공격 포메이션 별 공격 시스템에 대하여 아베 감독은 수비 시스템에서 카버1, 2, 3, 4 등에 대하여 클리닉을 행하였다.
당시의 우리나라 미식축구인들에게는 대부분 생소한 것들이었다.
 
강인호, 차정환 감독 일본 대학 하계 캠프 방문
강인호(수산대 감독)과 차정환 감독(해양대 감독)은 8월 8일부터 일주일 간 일본 일본대와 도까이대의 여름 캠프 장을 방문하여 직접 미식축구를 체험을 하고 많은 자료를 가지고 왔다.
실제로 차정환 해양대 감독은 일본 방문에서 배운 지식으로 해양대에 접목하여 이듬해 93년 1월 동계에서 해양대에게 우승을 선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차 감독이 이해 최대의 수혜자였다.



차정환 해양대 김독의 일본 방문 후 Football News 에 실은 칼럼 

나가자와 감독 초청 겨울 캠프
일본 홋까이도 협회는 1993년 7월에 한국 대학 선발 팀을 초청하였다. 이에 강성봉 중앙회 회장은 2월 20일 부터 26일까지 일주일 간 겨울 캠프로부터 미리 준비하였다. 그리고 이 겨울 캠프에 도까이대 나가자와 감독을 초청하여 한 수 지도를 받았다. 무척 추운 겨울이었지만 나가자와 감독은 낮에는 선수들과 밤에는 코칭스탭들과 같이 미식축구 지도에 모든 것을 다하였다. 실제로 이 캠프에서 배운 미식축구는 그해 7월 일본 북해도에서 비록 막판에 24-25로 역전 패를 하였지만 한국 팀으로는 매우 선전한 경기로 기록된다.
         

 
나가자와 초청 겨울캠프 풋볼 뉴스 보도기사 1993년 

아직도 높고 높은 일본 미식축구와의 격차
도까이대에 참패 후에 선수들은 룰을 잘 습득 못해서 패배하였다고 불평을 하였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준비 부족이었고 따라서 연습 부족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식축구를 자신의 일처럼 애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5월에 경기가 있으면 당연히 겨울방학 중에 팀을 구성해야 하고 캠프도 차렸어야 했지만 3월말에 강성봉회장이 답답해서 서울로 올라가서 겨우 팀을 꾸릴 수가 있었고 일본에 가기 전에 잠시 손발을 맞추는 정도였다. 그 것도 부산 선수들을 불러와서 팀이 겨우 구성이 되었다.
당시 강 회장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다. "이거 우야면 좋겠습니까? 일본가서 무릎 꿇고 못하겠다고 빌고 올까요?" 92년 당시 강 회장의 암담했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 한 것이다.

이 후에 미식축구 인들의 각성으로 7월에 일본 코치 초청 클리닉, 8월에 차정환, 강인호 감독의 일본 대학 하계 캠프 방문, 그리고 다음 해 2월에 도까이대 나가자와 감독 초청 93년 7월 홋가이도 원정 선수 캠프 등 일본을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많은 발전이 있었다. 물론 일본과 수준 차이는 격차가 매우 커서 우리의 눈에는 그게 그것 같지만 필자의 눈에는 많은 발전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도 바로 발전이었다.   

고인이 되신 나가자와 감독 아베 감독에 감사를 드린다.
일본하면 한일 과거사로 미운 생각 뿐이다. 그러나 이건 정치가들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미식축구는 그렇지 않다. 먼 길을 마다하고 내한하여 주시던 이미 고인이 되신 나가자와 감독 아베 감독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그리고 제 1회 IFAF 회장으로 피선이 되셨던 사사다 선생님, X리그 심판 오까모도씨, 그리고 지금은 협회를 떠났지만 한때 일본협회에서 대표적인 지한파인 히고 전 사무국장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인용 자료
강성봉: 풋볼 뉴스 1992년, 1993년 판, 풋볼 뉴스 발행인
정대영: 사진제공: 동의대 OB
백성일: 개인 면담
박경규: 개인 소장 자료

미식축구 역사탐방 87회 편집 및 저자: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 박경규 명예교수
미식축구 역사탐방 87회 감수: 김윤정 오사카대 교수(서울대 OB), 노인환 인성의원 원장(전 KNFL 회장)
게재일: 2022년 2월 11일 12:00시 
수정일: 2022년 2월 12일 11:00시